'뇌손상' 4살 남아 응급치료 거부로 사망…의사 5명 재판행

입력 2023-06-28 20:43   수정 2023-06-28 20:44


편도절제술을 받은 뒤 사망한 故 김동희(2020년 사망 당시 만 4세)군의 응급치료를 거부하고 의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의사 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박혜영 부장검사)는 김군의 편도절제술을 집도한 양산부산대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A씨(39)와 퇴원 후 119의 응급의료 요청을 기피한 의사 등 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김군의 뇌 손상이 시작할 당시 병원 측이 '골든타임' 안에 응급조치했다면 소생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해 양산부산대병원 법인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0월4일 김군의 편도 수술을 집도했고, 수술이 끝난 뒤에도 출혈이 멎지 않자 2차 수술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출혈 부위를 찾지 못한 A씨는 김군을 다시 마취한 뒤 환부를 광범위하게 소작(燒灼·지짐술)하고, 이 사실을 의무기록에 남기지 않고 은폐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심한 통증과 탈수 등으로 집중 관리가 필요한데도 부모에게 정확한 상태와 유의 사항, 응급상황 대처법을 설명하지 않은 채 2주 뒤 외래진료만 예약하고 수술 이틀 만에 김군을 퇴원시켰다.

퇴원 이튿날인 10월7일 수술 전보다 몸무게가 2㎏ 감소할 만큼 상태가 악화한 김군은 부산의 다른 병원에 입원했지만, 10월9일 오전 1시45분께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야간 당직을 맡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B씨(56)는 무단으로 병원을 이탈한 상태였고, 유선으로 김군의 상태를 전해 듣고 전원을 결정했다. 또 B씨의 대학 후배 C씨(42)가 대신 당직을 섰지만 다른 병원 의사였던 C씨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인데도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김군은 오전 1시51분께 119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고, 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김군은 이미 뇌 손상으로 심정지 상태였다.

검찰은 B씨와 C씨의 안일한 대처로 '골든타임'이 허비돼 김군이 뇌 손상을 입었다고 판단해 B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C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소방 당국은 김군을 이송하면서 양산부산대병원에 두 차례 응급의료 요청을 했으나 소아응급실 당직의 D씨(42)는 입원을 거부했다.

응급실에 심폐소생 중인 환자가 있다는 게 입원 거부의 이유였지만 검찰 수사 결과 당시 병원에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도구(KTAS) 기준 소생이 필요한 환자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김군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약 20㎞ 떨어진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의식 불명 상태로 약 5개월간 연명치료를 받다가 이듬해인 2020년 3월11일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끝내 사망했다.

올해 2월 울산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보완 수사에 나선 서울서부지검은 이 과정에서 김군을 담당한 이비인후과 전공의 E씨(29)가 다른 당직 의사의 아이디로 접속해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응급의료 거부 이유와 응급실 환자 현황을 보존하는 등 나중에라도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게 관련 규정을 신속히 개정하도록 정부에 요청했고, 김군 사망에 책임이 있는 병원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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